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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사항] 2024년 교구장 부활메시지 작성자 : 관리자    2024-03-29

 

“그분께서 너희에게 무엇을 말씀하셨는지를 기억하여라.”(루카 24,6 참조)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의 부활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의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복음이 전하는 부활의 사건을 떠올려 봅니다. 주간 첫날, 예수님을 지극히도 사랑했던 여인들은 예수님이 묻히신 무덤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들은 무덤이 비어있음을 발견합니다. 당황해 마지않던 그때, 천사는 그들에게 다가와 주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소식을 전합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되살아나셨다.”(루카 24,6)
죽음은 오로지 두려움이었기에 부활의 생명은 상상키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인들은 부활을 예고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냈습니다. 그리고는 부활을 믿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믿고 고백하며 제자들에게 그 소식을 전하러 나섭니다. “살아나신 주님무덤 부활하신 주님영광, 목격자 천사들과 수의염포 난보았네, 그리스도 나의희망 죽음에서 부활했네”라고 부활 대축일 부속가에서 노래하듯 그들은 주님 부활의 기쁨을 외치기 시작합니다.

주님의 부활은 더없는 기쁨과 희망의 사건입니다. 부활은 죄와 죽음의 한계에서 인간을 구원한 사건이자, 주님께서 당신 죽음을 통해 영원한 생명, 곧 새 생명의 길을 열어 보인 사건이기에 희망의 사건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54항 참조) 또한 그분께서는 죄의 권세를 누르시고 다시 살아나셨기에, 그리고 죄에서 죽은 우리를 새로운 삶으로 초대하셨기에, 우리를 영원한 생명과 구원으로 이끌어 주는 그리스도의 부활은 더없는 기쁨의 사건인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라는 사도 바오로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의 부활을 통해 우리는 믿음과 삶의 의미를 찾고 궁극적인 선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주님 부활은 우리 모두에게 큰 기쁨이며, 우리로 하여금 다시금 세상을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성경은 모든 이들이 즉시 부활을 깨달은 것은 아니라고 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빈 무덤 앞에서 놀랐던 여인들의 모습(마르 16,4-5)에서 또,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들의 고향인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의 모습(루카 24,13-35)에서, 그리고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토마스 사도의 모습(요한 20,24-29)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직접, 그리고 천사들을 통해서 성경의 말씀을 설명해 주시면서 그들이 부활을 믿고 깨닫게 해주십니다.
주님 부활의 소식을 알리는 천사는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며, 예수님께서 갈릴래아에 계실 때에 너희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셨는지를 떠올려보라고 촉구합니다. 곧, “사람의 아들은 죄인들의 손에 넘겨져 십자가에 못 박히셨다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야 한다”(루카 24,7)는 예수님의 말씀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는 곧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약속의 실현이자 구약의 약속의 실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52항 참조) 그러자 여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해 내어 부활을 깨닫고 기쁨으로 가득 차게 됩니다.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을 우리의 삶 안에서 기억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활을 직접 확인한 이들도 이렇게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부활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우리의 신앙생활을 성숙시켜 줍니다. 또한 신앙생활에서 잊지 않고 실천해야 하는, 자신의 삶 안에서 작용하는 하느님의 뜻을 살피고자 나의 삶을 돌아보는 양심 성찰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자신의 생활을 돌이켜 봄으로써 하느님의 뜻을 찾아 새롭고도 다른 하루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재 전 세계 가톨릭교회가 함께 진행하고 있는 시노드의 과정도 바로 우리 삶 안에서 함께 해주시는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각자의 삶 안에서 자신을 이끌어 주신 하느님 체험을 기억하고 서로 나눔으로써, 그 모습은 다르지만, 같은 신앙 안에서의 친교를 체험하게 됩니다.
나아가 ‘기억’의 의미는 신앙생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삶에서도 ‘기억’의 의미를 되새길 때 우리는 변화된 현재로 미래를 희망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특별히 우리는 이 시기에 10년 전 발생했던 가슴 아픈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10년 전 4월 16일, 우리 모두의 희생양처럼 세상을 떠난 세월호의 어린 영혼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기억의 결핍에서 우리는 2022년 10월 29일, 또 다른 희생자들을 떠나보내야 했습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무분별하게 대했던 지난날의 과오를 기억해야 합니다. 이상 기후를 발생시키는 병든 공동의 집 지구를 바라보면서도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기에 과오를 반복하며 공멸의 길로 향해 가고 있다는 것조차 자각하지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공동선을 실행해야 하는 정치공동체를 위해 각자가 권리와 의무를 지니고 있다는 것도 이 시기에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사목헌장』 75항 참조)

  주님의 말씀을 기억함으로써 주님께서 약속하신 바가 이루어진 부활을 깨달은 이들처럼, 우리도 늘 기억하는 삶 안에서 부활의 생명을 맞이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다시금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의 기쁨이 여러분에게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영원으로부터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를 말씀과 성사로 기르시는 주님을 기억함으로 주님 부활의 신비를 더욱 깊이 깨닫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기를 기도합니다.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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