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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서] 2021년 사목교서 2020-11-04
기억과 감사의 해 /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 (신명 8,2)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다’(참조 히브 4,12).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사도 바오로의 이 고백을 체험하고 느꼈던 성서의 해를 보냈습니다. 주님의 말씀 안에서 살고자 노력한 우리 모두의 삶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비록 성서의 해는 끝났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해야 함을 깊이 마음에 새기며 주님이 주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2021년은 교구 설정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1년 9개 본당, 59개의 공소, 그리고 23,169명의 신자로 시작된 인천교구는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이하며 129개 본당, 약 53만명의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교구사제도 351명으로 많아졌습니다. 교구가 시작되면서 인천교구 관할 지역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 주셨던 故 나굴리엘모 주교님과 메리놀 선교사제들 그리고 골롬반 선교사제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인천교구에서 봉사해 주신 모든 외국인 선교사제들, 수도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봉사해 주신 故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님, 모든 사제들, 수도자들, 평신도 지도자들 그리고 교구 신자 모두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2021년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사제이자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는 2020년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희년으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유네스코(UNESCO)가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의 해’로 지정하였기에, 교회 내, 외적으로 더욱 뜻깊은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면서, 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지난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 보아야겠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신앙의 씨앗입니다’(테르툴리아누스 교부)라는 말처럼,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 최초의 사제였던 성 김대건 신부님은 짧은 사목기간 동안 열성을 다해 복음전파에 힘쓰셨고, 체포 후에는 권력과 재물의 유혹에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셨습니다. 이런 순교신앙의 뿌리는 인천에도 있습니다. 1838년, 정 바오로를 비롯한 50명 이상의 신자들이 있었는데,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박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중에 12명이 신앙을 증거하며 옥에 갇히기도 하였다는 문헌적 증언이 있습니다. 또한 1839년 기해박해 때 부평에서 태어난 성 김성임 마르타와 인천지역 양반 출신 복자 심조이 바르바라가 순교하였습니다. 인천교구는 성인품과 복자품에 오르지 못하였지만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기 전까지 여러 박해 때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한 많은 순교자들을 제물진두, 갑곶성지, 진무영 성지, 일만위 순교 동산에서 기리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의 신앙의 뿌리는 이렇게 순교자들의 신앙에서 시작되어, 1961년 인천교구가 설정되면서 더욱 크게 성장하게 되었고, 6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많은 열매를 맺으며 약 53만명의 신자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루어주신 모든 것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렇게 과거의 은총을 기억하고 고이 간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를 생각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듯, ‘기억의 지킴이가 되는 것이란, 성장시켜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성장은 과거처럼 현재에도 고난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일하는 그러한 노력의 열매임을 깨닫는 것’입니다(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주교단 만남). 과거에 있었던 신앙의 위협이 박해의 모습으로 드러났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또 다른 형태로 신앙을 위협하고 왜곡하는 모든 고통을 순교신앙으로 극복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을 자신의 동족들에게 일깨워 주면서 모세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해 주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 8,2)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 모세는 말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참조 신명 8,14) 성경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무엇을 해 주셨는지 늘 기억하게 합니다. 이는 현재의 우리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도한다는 것, 그것은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거를 기억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도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주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를 인도해 주신 모든 길을 기억합니다. ‘뒤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총이었네’라는 말처럼, 우리 교구 안에 역사하신 하느님의 손길, 우리 각자 모두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사성제를 ‘감사의 전례’라 부르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말씀처럼,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됩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면서, 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면서, 다음의 세 가지를 살아가는 일 년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첫 번째, 순교자들의 영성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합니다. 신자들에게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제들에게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을 본받기 위해 노력하며 사제영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그 영성을 삶으로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모습의 순교가 있겠지만, 특별히 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실천해야 할 순교가 ‘녹색순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기후의 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후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녹색순교’의 깊은 의미를 알고 행동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생태환경의 보호는 곧 하느님 창조질서의 복원이기에, 앞으로 사목서한을 통해 이 의미를 더 구체적이며 실천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알려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과거를 정리하는 일에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교구 60년을 시작하면서 교구는 ‘인천교구 역사관’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구의 역사를 문서 목록화하는 작업도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역사 정리는 교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모든 본당, 단체, 기관 등 교구 내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모두가 ‘감사의 전례’인 미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매사에 주님께 감사하며, 감사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제 마음 다하여 찬송하며, 당신의 기적들을 낱낱이 이야기하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시여, 저는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당신 이름에 찬미 노래 바칩니다.”(시편 9,2-3) 이는 하느님께서 하신 일들을 기억하며 바치는 시편의 기도입니다.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 각자 모두의 삶, 그것을 기억하고 돌아보는 일. 이것이 감사의 시작입니다. 미사성제는 ‘감사의 전례’입니다.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감사의 가장 궁극적 행위는 미사성제의 참여에 있습니다. 미사성제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이야말로, ‘나를 구원해주신 주님의 사랑’을 가장 깊게 느끼는 순간이며 이 성사를 통해 우리를 감사의 삶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으며 희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2020년을 보내며 우리 모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힘든 나날을 보냈음을 또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통 속에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기에,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찾아봅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선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인천교구 신자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교구 주보이신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께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길로 인도해 주시도록 전구를 청합시다.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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